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38·KIA)은 지난 20일 창원 NC전을 불펜에서 봤다.
2회까지는 팔을 풀며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의 뒤를 이을 준비를 했다.
등판 준비는 2회까지만이었지만 양현종은 7회까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펜 투수들과 같이 경기를 봤다.
양현종이 불펜 대기한 것은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세이브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지어 MVP를 수상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주, “아시안게임 기간에 선발 투수는 3명으로 가되 양현종은 (일요일에) 시라카와 뒤에 대기할 수도 있다”고 한 이범호 KIA 감독의 한 마디에 파문이 일었다.
정규시즌에서 양현종이 중간계투로 나가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2014년 이후 양현종의 정규시즌 중간 등판은 2015년 8월2일 대전 한화전이 유일했다.
통산 197승을 거둔 ‘대투수’는 실제로 20일 불펜 대기했다.
왜 그랬고, 어떤 과정을 거친 결정일까.
20일 NC전에 앞서 만난 양현종은 “팀에선 원래 엔트리에서 한 번 빼는 걸 고려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던지고 싶다고 했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등판 간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유형의 투수다.
6일 이상 너무 오래 쉬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래 쉬라고 할 때 늘 던지겠다고 하는 이유다.
양현종은 지난 11일 광주 SSG전에서 5.1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해 시즌 11승, 통산 197승째를 거뒀다.
이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당시 상황이 KIA 벤치로 하여금 양현종의 등판 일정을 고민하게 했다.
11일 SSG전에서 양현종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가 교체됐다.
양현종이 신호를 보냈고 트레이너가 방문한 뒤 교체됐다.
손끝이 약간 저렸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무리하지 않기 위한 강판이었다.
이튿날 정밀검진을 받았고 아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투수로서 갖고 있던 부분이고 주사 등 치료 조치도 필요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바로 선수단 합류했고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다만 관리자로서 이범호 감독은 신경을 썼다.
아무 이상 없다고 했지만 아시안게임으로 경기가 띄엄띄엄 있어 선발 3명으로만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양현종을 엔트리에서 한 번 빼고 쉬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범호 감독은 KIA의 보물 같은 투수 양현종이 보다 오래 선수 생활 할 수 있게 이제는 관리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올시즌 양현종의 등판을 매번 5이닝에서 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범호 감독은 19일 경기 전에는 “내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관리하고자 하는 투수를 이례적으로 중간 대기시키게 된 건 어찌된 일일까.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내가 중간에서 던지겠다고 ‘자원’한 것은 아니다.
감독님은 아예 안던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고, 나는 무리 안 가는 선에선 그 (3주) 사이에 한 번이라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중간 대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대기는 2회까지만이라고 코치님이 자르셨다.
2회 안에 아무 일도 없으면 무조건 철수하라고 하셨다.
우리가 초반에 득점해서 이기고 있는데 시라카와가 안 좋은, 그런 상황만 내가 나가는 거다.
0-0이어도 내가 나갈 일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시라카와가 초반에 제구가 안 돼 불안정했지만 0-0으로 진행되자 몸을 풀던 양현종은 3회부터는 자리에 앉았다.
KIA는 5회에 2득점 했고 시라카와는 5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KIA는 8-6으로 승리했다.
양현종의 불펜 대기에 모두가 술렁인 것은 그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
‘양현종+시라카와’가 아닌 ‘시라카와+양현종’의 조합이라는 데에도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이 결정도 물론 이유가 있었다.
양현종은 “꼭 이겨야 되는 경기들인데, 내가 선발 등판했다가 만일 초반에 안 좋을 경우, 뒤에 시라카와를 대기시켰다가 바꾸는 게 오히려 내 자존심을 더 상하게 하는 거라 생각하신 것 같다.
사실 선발을 누구로 하느냐는 코칭스태프 권한이지 내가 이러쿵저러쿵 할 일이 아니다”라며 “나는 기분 때문이 아니라 나가서 던지는 게 중요해서 말씀드린 거고, 현재 팀 사정상 더 좋은 컨디션의 선발 투수가 나가는 것도 맞다.
그걸 나는 받아들인 거다.
지금 시라카와 구위가 워낙 좋은 게 사실이다.
솔직히 지금 (내) 이름값으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과 양현종은 올해초에도 이런 식의 대화를 여러 차례 했다.
양현종은 “올러와 네일은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확실히 이길 수 있지만, 나는 그 정도가 이제 아니니까, 내가 최소 이닝만 던지면 불펜을 때려박아서라도 내가 나가는 게임은 이기게 하자고 얘기하셨었다.
‘네가 무리해서 던지다 다쳐서 빠져버리면 그거야말로 엄청난 마이너스고 나는 그러기 싫다’라고, 이제 전처럼 이닝 많이 가지 않을테니 그렇게 시즌 준비하라고 하셨었다”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납득했고 그렇게 시즌을 치렀다.
이번 불펜 대기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 것이다.
KIA 양현종이 지난 8월21일 키움전에서 13년 연속 100이닝을 던지자 이범호 감독이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감독은 현재 부상이 아니더라도 혹시나 하는 걱정에 아예 엔트리 제외해 쉬게 하려 했지만, 선수는 멀쩡한데 너무 오래 쉬는 게 더 불편한 상황이었다.
엔트리에 남기로 한 뒤 절충안으로 불펜 대기하게 됐고 그조차 제한을 걸었다.
이 2주 간의 일정이 워낙 중요한 KIA는 반드시 이기기 위해 승산이 더 높으면서도 양현종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결정을 한 것이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양현종은 개인적인 욕심은 다 내려놓은 상태다.
시즌 내 통산 200승 도전도 가능해보였지만 폭염 중단에 아시안게임까지, 올시즌 몇 차례 강제 휴식을 맞게 되면서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시즌을 잘 마무리 하고 팀의 목표 달성만을 보고 남은 시즌을 뛴다.
불펜으로 잠시 외출했던 양현종은 다시 선발 등판을 준비한다.
9월 29일~10월1일 광주에서 열리는 KT 3연전 중에 나설 계획이다.
11일 SSG전 등판 이후 거의 3주를 쉬고 나가야 한다.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양현종은 “지금은 팀이 중요하다.
계속 중간 대기하는 거 아니니까 오해는 말아달라”라고 웃었다.




























